판타스틱4 리부트 후기, 2시간 짜리 예고편? 마블인데 쿠키는?
친구가 새벽 시간을 이용해서 조용하게 판타스틱4를 보게 되었다. 사실은 보려고 본 게 아니라 다른 영화를 예매했었는데 다음날 예정이었던 영화라서 급하게 다른 영화를 찾다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영화였다. 그래도 항상 둘이 같이 마블 영화들을 보러 다니기 때문에 마블에 대한 의리로 보자고 결정했다. 영화에 대해 조금 깐깐한 나도 조금 관대한 친구도 오랜만에 감상평이 통일됐다. 이거 뭥미?
초반 전계는 좋지만 너무 느슨했다.
마블 영화를 보러 가면서 친구와 나는 그냥 머리를 비우고 적당한 액션과 킬링타임, 그리고 좋아하는 마블의 영상화를 기대할 뿐이다. 판타스틱4도 어차피 기존의 실버서퍼도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않고 보기 시작했다.
판타스틱4의 초반 전개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리드의 똘끼있는 모습과 집착 그리고 벤과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의 흐름은 괜찮았다. 하지만 기계를 만드는 이야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버렸다. 나름 좋게 바라봐주면 등장 캐릭터들을 설명하기도 하고 둠과 리드의 치정문제로 인한 일그러짐 등을 묘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봐줄 수 있다.
그래도 말이다. 사람들은 판타스틱4의 판파스틱한 모습을 기대하고 극장에 왔는데 영화의 중반이 되어가도록 미드스러운 연출과 스토리텔링은 좀 심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다음 시리즈가 등장한다면 몰라도 아무리 판타스틱4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라지만 뒤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너무 기대감을 배신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뒤는 또다시 훈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명확한 판타스틱4 캐릭터들에 대한 능력 설명도 아쉽기도 하고 적당히 압축해서 보여주어도 될만한 플롯을 장황하게 늘여놓은 느낌이었다. 판타스틱4가 캐릭터의 심리를 겁나게 파고드는 영화도 아닌데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를 확실히 가질만한 임펙트가 있어야 할 타이밍을 놓치고 조금은 부가적인 스토리텔링에 무게중심을 실어버린 느낌이었다.
어디서 본 듯한 액션? 장면?
판타스틱4를 보면서 좀 아쉬운 장면들은 액션에서 판타스틱4스럽다기 보다 다른 영화나 애니에서 본 듯한 느낌이 너무 강했다. 특히나 리드가 쭉쭉이가 되고서 보여주는 싸움 방식은 이제 슬슬 익혀가는 단계임을 감안해도 리드스럽게 싸운다기 보다는 그냥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루피 같아 보였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도 훈련을 거듭한 것 치고는 많이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제 뭔가 액션이 시작된다는 느낌을 가질만하니 끝나 버린 느낌이다. 판타스틱4스럽지도 않고 뭔가 퀄리티 떨어지는 액션을 보기위해 극장에서 3/4지점까지 기다린 것은 아쉬움을 넘어 마블에 대한 실망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더라.
액션의 사이즈도 그렇고 디테일도 그렇고 세트에서만 궁색하게 CG용으로 작업한 느낌이 강하고 최근 보여지는 어벤져스나 다른 액션 아니 아주 오래전에 나왔던 실버서퍼와 비교해도 캐릭터도 제대로 살아나지 않고 임펙트도 없는 그런 액션으로 기억된다.
호불호의 문제, 하지만 다음 시리즈? 그다지...
그래도 충분히 판타스틱4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호불호에 대한 문제이니 말이다. 하지만 마블의 특징인 엔딩크레딧의 쿠키도 없고 너무 동떨어진 시리즈로 뭔가를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마블의 이름에 악영향을 주는건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굳이 리부트까지 시키면서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가 이해가 좀 덜된다. 이후 다음편이 만약에라도 등장하면 이해가 되려나?
국내외에서 왜 망작이라는 평가들이 나오는지는 역시 직접 경험해봐야 판단이 확실해지는구나. 9월 개봉할 앤트맨(Ant Man)이나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