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울트라 후기, B급의 경계선에 생활형(?) 살인법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는게 참 좋다. 킬빌도 그랬고 아드레날린, 쿵퓨리까지 살짝은 유치뽕해 보일 수 있는 영화들도 거침없이 보자고 보챈다. 그래도 아메리칸 울트라의 티저는 은근히 킹스맨 삘을 풍기며 유쾌한 기대를 가지게 해준다.
호불호가 강할 것 같은 색깔있는 영화
하지만 꽤나 복잡미묘한 영화로 극장에서 친구와 나는 좋다고 빵빵 터지는데 다른 사람들은 좀 덜 웃는 부분도 있더라. 살짝 블랙 코메디의 요소도 들어가 있고 번역도 조금 애매하게 해둬서 그런 것이겠지. (거기 CIA 아줌마가 원숭이랑 얼레이꼴레리해서 병원균이 생겼다는 대목은 해석이...)
여튼 일단 그렇게 영화는 흘러가는데 결코 유쾌하거나 신나지는 않는다. 분명히 코드에 따라 빵빵 터지고 영화 전체에 유쾌한 느낌을 넣어놨지만 영화 전체가 살짝 무겁기 때문에 긴장과 이완의 포인트를 모르면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메리칸 울트라는 호불호를 상당히 가릴 것 같은 영화이다. 조금 묵직한 전체 톤을 그냥 편하게 웃을 준비하고 가서 본다면, 그리고 좀 더 애니나 만화스러운 관점에서 접근해본다면 꽤나 재미있을 것이다.
까딱 잘못보면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등장한 B급 영화가 되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재미나게 봐서 그런지 영화의 구도나 대사들이 참 깨알지고 신경을 많이 쓴 수작이라는 평가를 하고 싶다.
생활형 살인도구의 묘미
포스터에도 나오지만 컵라면이나 숟가락, 통조림 등으로 서슴없이 살인을 한다. 영화중 하이라이트 무대가 마트로 설정되는 장면에서 친구와 나는 실컷 웃어줄 준비를 마쳤을 정도이니 말이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겠지만 순간 각성해서 엄청난 효율로 살인을 하는 주인공의 무기는 주로 임기응변할 수 있는 생활형, 아니 손에 잡히는 물건들이라는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이 되겠다.
찌질이 연기가 너무나 인상적
시골 마을 약쟁이 커플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나타나는 음모론과 생체실험. 하지만 그런거 다 때려치고 긴장해서 가로등 붙들고 벌벌 떠는 아이젠버그의 모습이 정말 인상깊다. 평소에도 찌질하지만 질러놓고 어쩔 줄 몰라 다리까지 꼬는 연기가 일품이다.
그리고 평소에 찌질이 모드일 때도 확실히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인데 묘하게 사랑스러운 구석들이 보인다. 크리스틴이 연기한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질만하다. 보호본능도 있겠지만 가식이 없는 모습이 사랑스럽게까지 보인다.
화끈한 액션과 오밀조밀한 구성, 그러나...
아메리칸 울트라는 만화스러운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걸 표현하는 구도나 영상, 액션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뭔가 모르게 B급의 냄새가 스멀한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플롯과 긴장과 이완 방식, 전체적으로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 탓이려니 해야지. 취향 맞는다면 이건 정말 물건이 될 것이지만 아니라면 B급 정도로만 남을 영화라고 생각된다. 물론 나는 간만에 굉장히 재밌게 키득키득 거리면서 봤지만.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