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나면 포스터의 슬로건이 우선 와닿는다.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 흔히 아버지라하면 자신들의 아버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조금은 괴리감이 있을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긴 사람들이라면 자신들이 들어왔던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의 조각조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시장은 625 흥남부두에서 시작된다. 아버지, 막순이와 생이별을 하고 전쟁 피난을 떠나 부산의 국제시장으로 흘러가게 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조금은 잔인하게 그려진 듯 하기도 하고 실제로 경험이 없기에 어떻게 평가하지는 못할 부분이지만, 그래도 실제 피난의 모습은 또다른 전쟁통이었고 수많은 말못할 사연을 가슴에 묻어두는 계기가 되었다.
30대 중반쯤이나 그 이후 사람들이라면 아버지들에게 한번쯤은 들었을 깁미 쪼꼬레또의 이야기와 어린 시절의 모습. 다른 드라마마 영화에서도 많이 활용되는 코드였기 때문에 익숙해 보일수도 있겠지만, 국제시장에서의 모습은 또다르다. 소년 가장이 억척스러워져야 하는 이유, 그리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코드들이 짧지만 강하게 남아있다. 힘든 형편에서도 학교를 보내는 어머니의 모습도 아버지 세대가 왜 우리에게 그렇게 공부에 대한 욕심을 냈고 현재에도 이어지는지에 대해서 많은 것을 녹여준다.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수출해야만 했던 한국. 지금은 오히려 외국노동자들이 들어와 있는 한국이지만 그 때에는 우리도 인력을 수출해야만 하는 그런 나라였다. 영화에서 스치는 젊은 친구들의 철없는 행동이 똑같은 상황에서 서러움과 고생을 해본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영자와 덕수, 독일에서 만나고 인연을 만들지만 우리 시대의 극단적인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덕수에게 남겨진 이름은 오빠만이 아니라 아빠가 있다. 이별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동생에 대한 간섭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오빠라기 보다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초가 아닐까? 자신의 삶을 내려놓으면서 가족을 위해 살아야 했던 덕수의 모습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베트남전의 이야기도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이 아닐까? 덕수와 달구는 상사 일원으로 베트남에 갔지만, 파병이라는 말은 베트남만이 아니라 꾸준히 한국에게 남겨진 단어가 아닐까? 국제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빠졌지만, 이외에도 해외 공사나 어선등 아버지 세대가 큰 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담보잡혀야 했던 이야기는 더 많을 것이다.
덕수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놓치면 안될 부분은 가족이다. 항상 돌아가야할 곳이 있고, 책임져야할 것이 있기에 더욱 강해지고 무엇이든지 절실하게 해낼 수 있었던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이제는 사회적 이슈에서 많이 멀어져 버렸지만, 어릴적 나도 이산가족 방송을 본 것이 생각난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 남의 눈물 쏟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나의 이야기가 된다면 말도 제대로 못하고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상처가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비록 아버지는 아니더라도 막순이를 찾는 것으로 진행이 되지만, 찾지 못한 아직도 갈라진 가족을 가슴에 묻고 사는 사람들이 있음을 생각해보면 좋을 듯 하다.
어른 시절 이별한 아버지지만, 그의 말과 기억은 덕수에게 남아있었고 이미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되었어도 그에 대한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아버지란 존재는 아들에게 강한 기억으로 남는 법이니 말이다.
국제시장을 보면서 아버지가 종종 하시던 아버지 기억의 단편을 훔쳐본 느낌이다. 그들에게는 얼마만큼의 공감을 불러일으킬까? 먹먹하게 눈시울을 적실 모습을 생각하면 이기적이지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로 자리하기도 한다. 대신, 덕수가 마지막에 말했듯 아버지가 외롭지 않도록은 노력해야지.
*사진출처 : 다음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