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감상, 사랑과 현실 그리고 성장
많이 들어본 제목이다. 그래서 봤는데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줄 알았다. 누군가와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내용을 이야기해보니 안 본 영화였다. 그래서 다시 찾아봤다. 왜 이런 영화를 놓치고 있었을까? 아주 흥행하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본 사람들에게는 작은 돌멩이 하나로 물결을 만들어냈을 영화인데 말이다.
담담한 프레임과 상징성을
제목이 조금은 판타지 같은 느낌이랄까? 한동안 유행했던 B급 정성를 담아낸 제목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들에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제목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더욱 쉽게 메타포들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의 시작은 영화의 추억을 더듬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여행 이전의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하며 현실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퀀스를 가진다. 끝과 처음이 맞닿아 있고 그 속을 채우며 처음 시작된 ?들과 질문들에 대답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학생인 츠네오는 학교에서 인기도 좋은 훈남이다. 그러나 그는 우연히 야간 알바로 일하던 마작방에서 들은 소문을 따라가다 조제를 만나게 된다. 유모차에 갖혀 세상을 산책하는 다리가 불편한 조제를 말이다. 그렇게 둘은 우연인 듯 인연인 듯 만나게 되고 음식 좋은 조제와 뻔치 좋은 츠네오의 만남은 이어지게 된다.
조제에 대한 마음이 연민인 지 사랑인 지 고민하던 츠네오는 조제를 돌보던 유일한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사랑에 눈을 뜬다. 그리고 당시 뜨거워지고 있던 여자친구와 관계를 뒤로하고 조제를 위해 자신의 일상을 조금씩 바꾸어가기도 한다.
이 때 조제가 츠네오와 한 행동중 하나가 동물원에 가보는 것이었고 '호랑이'를 직접 보는 것이었다. 호랑이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로 알던 조제는 자기를 지켜줄 수 있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호랑이를 꼭 보겠다는 말을 남긴다. 그렇게 사랑은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달콤할 것만 같았던 조제와 츠네오의 시간은 1년이 흐른다. 츠네오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시키겠다며 차를 빌리고 여행을 떠나는데 츠네오의 태도가 사뭇 다르다. 1년 동안 지쳐 버린게 분명하다. 사랑이란게 처음에는 뜨겁고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조제와 같은 상황에서는 지쳐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도 피 끓고 앞 날이 흔들리는 대학생에게는 말이다.
그렇게 츠네오의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러 가는 길은 그들의 이별여행이 되고 만다. 수족관을 보고 싶었던 조제, 그러나 수족관이 휴관이라 모텔에서 수족관의 기분을 느껴야했던 조제. 그리고 거기서 물고기를 보고 물고기를 상상하며 자신과 물고기를 비유한다. 심해에 있는 물고기 그러나 이제는 그 깊고 어두운 곳으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잠든 츠네오 옆에서 읊조리게 된다. 그렇게 '몰고기'는 '이별'의 사징이 된다.
그리고 츠네오와 조제는 조용하지만 담담하게 이별을 한다. 사실 츠네오가 떠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고 조제도 보내준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츠네오는 울지만 조제는 울지 않는다.
그리고 조제는 조금이지만 문 밖을 나서 세상 속으로 향하게 된다.
사랑을 통해 아프고 성장하는 젊음을 그리고 있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시간을 쫓아가는 프레임과 연출, 그리고 젊은 사랑의 또다른 단면을 볼 수 있는 내용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