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감성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 후기

넷플릭스 감성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 후기

넷플릭스에서 최근 중화권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찾아보게 됩니다. 조금은 유치할 것 같다는 선입견에 미루다 챙겨본 영화가 ‘먼 훗날 우리’였습니다. 10년의 인연, 가진 것 없고 풋풋하기만 한 남녀가 친구에서 연인이 되고 또 삐걱거리고 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스쳐간 인연이 있다면 기억이 떠오를 법한 상황을 담담하게 잘 그려내고 있더군요.


잔잔하고 담백하게 둘을 바라보다

춘절, 베이징, 고향. 공간과 시간은 의외로 한정적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주로 중추절과 관계된 기억들입니다. 춘절 귀향길에서 처음 만났고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지난 과거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같은 고향, 춘절, 이어질 연결 고리, 하나의 희망 같은 메타포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시점이 다르다거나 내적 갈등을 복잡하게 그려낸다기 보다는 그 당시 그럴 수 밖에 없었을 청춘들의 사랑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담담하게 멀리서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화법도 영화에 집중하게 만들어줍니다.


먼 훗날 우리에서 재미있는 연출은 과거는 컬러고 현재는 오히려 흑백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말미에서 젠칭이 만든 게임을 이해하고 색이 돌아온다는 점 또한 마무리 되지 못한 인연을 떠올리게 됩니다. 10년이 지나 우연히 만나 서로의 과거를 보듬고 마무리 되지 못했던 기억을 추억으로 남길 수 있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젠칭과 샤오샤오는 사랑을 했었으니깐요. 다만 그 때는 함께할 수 없었고 어긋났을 뿐인 사랑이었겠죠.

아재가 되어버린 나이지만 젠칭에게 이입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가슴에 묻어뒀을 성숙하지 못한 시절의 기억이 있을테고 먼 훗날 우리는 틀렸다 잘못됐다는 말보다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니 말이죠.


그리고 하나 더 떠올려보면 누구나 스쳐가는 인연 덕분에 자라나게 되기도 하니 말이죠. 젠칭과 샤오샤오. 풋풋하지만 진심이었고 최선이었기에 다시 애틋할 수 있는 사랑을 보여주어 고마웠습니다. 2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그들의 사랑을 응원하기도 아파하기도 하지만 결국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가진 건 적어도 꿈을 꾸며 행복할 수 있었던 시기, 그 나이 그 때이기에 가능한 일일테니 말이죠. 이 또한 아재의 추억팔이가 되어버리는군요.


그 때는 몰라서 챙겨주지 못하고 채워주지 못했던 사람을 잃고 아파해봤으니, 그리고 그나마 서로 웃으며 만나고 미안하다는 이야기는 전할 수 있었던 것에 다시한번 감사하게 되더군요. 사랑을 해본 그리고 아파 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추억에 잠길만한 먼 훗날 우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