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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잔향을 남기는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비컷 2018. 10. 17.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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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잔향을 남기는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목소리의 형태(Shape of Voice)는 2017년 한국에 개봉하면서 알게 되었다. 원작이 있는지도 몰랐고 농아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다른 애니들에게 우선 순위를 넘겨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2018년 가을에 목소리의 형태를 만났다.


왕따(이지메)에 대한 또다른 메세지

사실 예고편 등을 보면서 어린 시절 이지메에 대한 남자 주인공의 반성과 말랑한 연애물 정도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목소리의 형태를 보면서 뒷통수를 강하게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초등학교의 어느 교실, 농아인 쇼코가 전학을 오고 아이들은 슬쩍 이지메를 시작하게 된다. 이지메의 선봉에서 농아인 쇼코를 괴롭히던 쇼야. 학교에서 책임을 묻게 되자 쇼야는 모든 책임의 화살을 감수해야했고 그보다 함께 이지메를 했던 친구들의 싸늘한 반응을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새로운 이지메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면 쇼야의 입장에서는 초등학생이 보일 수 있는 관심 표현이었고 무리의 분위기에 몰려 제대로 내색하지 못했던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외부의 반응 때문에 자신만 제대로 뒷통수를 맞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쇼야는 충격으로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 물론 트리거가 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친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지만 쇼야는 마음을 닫고 사람들을 피하게 된다.


시간은 흘러 6년이 지났고 쇼야와 쇼코등은 고등학생이 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상에는 큰 관심이 없던 쇼야는 자살을 결심하고 모아둔 알바비를 어머니에게 남기고 자살 시도를 한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쇼코를 만나보고 싶어져 쇼코에게 찾아간다. 여전히 쇼야를 좋아하는 쇼코. 그렇게 둘의 이야기는 다시 이어진다.

마음의 상처로 오히려 사람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얼굴과 목소리를 차단하는 쇼야, 그에 비해 쇼야를 만나면서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세상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쇼코. 친국들과의 관계와 작은 이벤트들에서 어리지만 그들만의 언어와 생각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큰 계기가 되는 사건으로 불꽃놀이중 쇼코가 자살을 시도하고 그것을 쇼야가 입원하는 일이 벌어진다. 큰 계기가 되는 경험을 통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는데, 쇼코와 쇼야,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 느낌이다.

쇼야가 깨어나고 다시 쇼코에게 다가서고 친구들에게 다가서는 과정, 그리고 어렵지만 그 한걸음이 가지는 의미를 잘 표현해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학교 축제에서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며 세상을 다시 제대로 볼 수 있는 쇼야가 눈물을 흘리며 끝을 맺는다.


잘 표현한 연출, 적당한 메타포도 좋았다.

주제가 조금 독특하기는 하지만 주제를 잘 살려내는 연출과 애니메이션의 함축도 좋았다.

원작에서는 조금 더 뒷 이야기를 풀어내주는 시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의 시간적 제약 안에서도 적당히 필요한 메타포들은 잘 보여주었고 보는 이들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주었다고 생각한다.

쇼야가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는 포인트들이나 쇼코와의 관계, 주변 사람들의 관계가 움직여가는 것들도 이러니 이럴수도라는 수준이었다. 다만 작중에서 야코가 갑자기 자살 시도하는 부분은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작화를 보면서 RE: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애니가 많이 떠올랐다. 주인공 캐릭터인 쇼야도 그렇고 연출되는 방법이 서로 겹친다는 느낌이 강했다. 과하지 않지만 과감한 트리밍이나 화면 전환등은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의 멍한 표정이나 헤어 스타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출과 작화, 런타임 동안 상당히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억지스럽게 눈길을 잡거나 강요하는게 아닌 담담하게 던져주는 이야기의 힘이 컸던 것 같다.

오랜만에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되었고 누구나 겪었을 시절의 풋풋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풋풋하고 잘 몰라서 아프고 그래서 다쳐가며 목소리의 형태,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들을 배워가게 되겠지.

애니메이션 버전 목소리의 형태를 먼저봐서 그런지 숨겨진 여백을 채우기 위해 원작이 궁금해졌다

 원작도 구해서 감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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