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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스팍스(Ruby Sparks) 후기, 사랑에 대한 유쾌한 판타지

비컷 2016. 10. 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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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스팍스(Ruby Sparks) 후기, 사랑에 대한 유쾌한 판타지

루비 스팍스(Ruby Sparks) 후기, 사랑에 대한 유쾌한 판타지

2012년 개봉을 했던 작품인 루비 스팍스(Ruby Sparks). 지인의 영화 추천으로 뒤늦게 챙겨보게 되었다. 판타지의 느낌을 입혀 놓았지만 사랑에 대한 통찰을 꽤나 잘 심어놓은 느낌이었다. 사랑에 힘겨워하거나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번쯤 권하고 싶은 유쾌한 판타지 영화이다.



"루비는 루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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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연애고자처럼 보이는 남자주인공 캘빈이 자신의 장기인 글쓰기를 통해 가상의 인물인 루비를 만들어낸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캘빈은 그나마 어린 시절 천재성을 발휘해서 히트작품을 남긴 작가이고 그 이후로 글도 연애도 뭔가 막혀버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꿈 속에서 스친 여자에 대해 홀리듯 글을 써내려가게 되는데 그게 바로 루비, 루비 스팍스이다. 꿈인 듯 자신의 망상인 듯 자유 분방하고 자신의 기대치와 이상형을 그리며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루비인 것이다.


영화의 장르가 로맨스와 판타지인 이유가 등장하는데, 어느 날 루비가 갑자기 현실에 나타난다. 처음에는 얼떨떨하던 캘빈도 이상형의 루비를 만나며 다시금 사랑의 감정을 깨닫고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순수했던 사랑은 의외의 순간을 계기로 무너져가게 된다. 형에게 루비를 소개해주고 알려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글이 자신의 상상이 루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


루비는 상상 속에서 튀어나왔지만 현실에서는 한 명의 여자였고 루비로써 캘빈을 사랑하고 있었다. 언제나 사랑이 그렇듯 항상 사랑만이 유지될 수도 없고 서로에게 시험에 들게하는 순간들이 찾아오는 법이다. 캘빈은 그래도 초기에는 루비를 루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이해하려는 행동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캘빈은 자신의 이상형과 다른 현실의 루비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멀어지려는 루비를 구속하게 된다. 자신이 타이프라이터로 글을 쓰는대로 바뀌어가는 루비, 그런 루비를 보면서 괴로워하면서도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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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스팍스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캘빈이 루비를 변화시키다 딱한번 제대로 써넣은 글귀였다.


루비는 루비였다



사랑에 대한 진지하지만 유쾌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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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 스팍스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몇가지 질문을 남기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개인적인 해석이고 사람들마다 느끼는 포인트를 다르겠지.


사랑은 만들어지는 것도 한 사람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설령 상대를 조정할 수 있게 되더라도 사랑은 그러헥 호락호락 자신이 원하는 그림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한번 시작한 가식과 거짓, 변화에 대한 욕구는 점점 커지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캘빈과 루비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루비는 루비였다. 순수하게 루비 자체를 좋아했던 캘빈은 자신의 편의에 맞춰 루비를 바꾸고 싶어진 것이다. 이 관계의 변화는 영화 중후반에 나오는 전 여친과의 대화에서도 훔쳐볼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루비 스팍스에서 꽤 재미있었던 부분은 타자기로 대변되는 지배구조의 표시였다. 어떤 형태가 되건 둘의 관계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밀땅하는 관계가 만들어지고 한쪽이 유리한 지배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데 이걸 타자리고 집약적이고 은유적인 메타로 삼아 보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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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캘빈은 루비를 떠나보내고 마무리하며 또한번 천재성을 밝히는 작가로 거듭난다. 하지만 책만을 탈고한 것이 아니라 조금은 미성숙했던 사랑에 대한 관점도 탈고한 듯 보인다. 상상 속의 인물이지만 루비는 그렇게 캘빈을 성장시킨 듯 느껴진다. 그리고 로맨스 영화답게 끝은 루비를 꼭 닮은 다른 여자와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며 끝이난다. 마지막 대사 역시 많은 것을 담고 있고 캘빈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루비 스팍스는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 대한 이상과 현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은유적으로 어느 쪽이든 조절하려고 해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곳곳에 숨어있는 루비로 대변되는 여성성의 모습이나 형과 어머니로 대변되는 다양한 사랑의 과정과 형태에 대해서도 한번쯤 비교해가며 생각해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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