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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의 테러 후기, 있을법한 그래서 더 무서운

비컷 2015. 9.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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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의 테러 후기, 있을법한 그래서 더 무서운

잔향의 테러, 후기, 리뷰, 카우보이비밥, 사무라이, 참프루


2014년 3분기에 방연된 애니지만 뒤늦게 정주행을 마무리했다. 친구가 추천하지 않았다면 이걸 놓치고 지나갈 뻔 했다. 1편 5분만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한 호흡에 냅다 내달렸다. 완성도 높은 작화와 연출에 빠져서 보고나니 머리 속에 남는 생각이 많다.



어디서 본 듯한 작화? 음악?

아무생각 없이 시작해서 한참을 달리다 문득 생각해보니 뭔가 익숙한 캐릭터의 느낌이다. 사무라이 참프루의 캐릭터 디자이너인 나카자와 카즈토가 참여했단다. 그리고 연출이나 음악등이 뭔가 익숙해서 다시 확인을 해보니 역시나 카우보이 비밥과 사무라이 참프루 등을 감독한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이었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표정이나 디테일은 물론이고 움직임을 묘사하는 강약이나 액션의 그루브에서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11편이 이어지는 동안 작화가 무너지거나 허술하게 연출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시바자키의 캐릭터에서 비밥의 향기를 좀 많이 느끼기는 했다.



소통의 또다른 방식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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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 도쿄시청을 테러하는 장면에서 리사를 구출해내는 장면을 보면서 사실 주인공인 나인과 트웰브가 살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였다. 중경사자들만 보도되는 장면에서 말이다. 무작위 테러처럼 시작되었고 도쿄시청을 날려버리는 대담함을 보였지만 사상자는 없었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당연히 숨은 과거가 있고 그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일 경우가 많은데 당연하다는 듯이 테러가 진행되면서 그들의 의도는 드러나게 된다. 거기다 스핑크스 퀴즈라는 것에 맞추어 그들의 메세지를 전하려고 하고 직접 말 못하는 내용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아이같은 면모도 초반에 많이 보였다.


물론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풀려나가는 것이지만, 주의를 끌고 자신의 말을 알아들어줄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하는 소통의 모습을 쉽게 생각해볼 수 있기도 했다. 다만 그 방식이 테러라는 형태로 표현 되었고 고등학생이 벌이기에는 꽤나 큰 스케일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테러. 참으로 민감한 단어이고 위협적인 뉘앙스를 가진다. 하지만 나인과 트웰브가 진행한 테러에는 뭔가 모를 따듯함이 있다. 그렇다고 테러 자체가 미화되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존재를 부정당하고 도구로 자라난 그들이 세상에 외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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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미국의 입장에서 테러의 진행을 급반전 시키는 파이브의 존재도 유사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통을 해야하기 때문에 과격하게 테러를 같이 벌인다. 대화하는 방법보다 도구로 목적을 이루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기에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테러가 많은 것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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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의 테러를 보면서 든 생각중 하나가 일본 사람들은 이 애니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였다. 아직도 피폭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는 세대도 있고 막연하게 공포를 지니고 살아가기도 하는 곳에서 말이다. 딱 이 시점이 아베총리가 전쟁하고 싶어 난리치는 타이밍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전쟁을 하지 못하는 나라 패전국으로 남아있는 곳에서 민감한 소재와 테마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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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으로 전쟁을 포기했던 일본이 핵폭탄을 만들었다. 그걸 도난 당해 초비상이 걸리고 결국에 터져 사라지기도 한다. 무작위 테러를 하는 것처럼 보였던 철없는 고등학생 2인조가 그걸 가지고 있다.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지만 의외로 잔향의 테러는 그런 소재들을 따듯하게 풀어간다. 파이브의 등장으로 급반전 되는 테러의 양상에서 뚜렷해진다. 살인은 하지 않겠다는 스핑크스 무리에게 오히려 살인을 자행하는 진짜 테러를 막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모습에서 나인과 트웰브의 목적에 점점 관심을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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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인 시바자키의 등장으로 의외의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오이디푸스 신화에 맞춰 던져진 의미를 하나씩 맞춰가며 일본의 아테네 계획과 다시 전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극우들의 모습을 비춰낸다. 하나하나 퍼즐의 조각이 맞춰지며 드러나는 모습은 아테네 계획과 핵폭탄으로 다시금 전쟁을 준비하는 일본의 모습이었고 테러라는 형태를 거치지 않았으면 어떻게 흘러갔을 지 모를 큰 폭탄을 남기게 된 것이다. 결국은 유일한 성공자였던 파이브도 죽고 트웰브도 죽고 나인도 죽는다. 핵폭탄은 없애버린 후이지만 말이다.


핵폭탄이 터지고 EMF 때문에 전기와 전자기기등을 사용할 수 없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 일본. 그리고 나인과 트웰브, 리사가 갖는 짧은 시간이 참 많은 것을 의미해주는 것 같다. 그래도 그들의 노력은 시바자키라는 전달자에게 메세지가 전달되어 뒤를 마져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는 실제로 있을 수도 있는 설정들이기 때문에 거부감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잔향의 테러가 가지는 전체적인 메세지를 생각해보면 꽤나 고민해볼 거리를 많이 남겨준다. 작화와 메세지, 호흡까지 나무랄 곳 없는 상당한 수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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